[로컬밀 프로젝트 제주] 바람난 농부, 유지혜 농부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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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늦여름, 전북 김제의 유지혜 농부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유지혜 농부님은 전북 김제에서 17년째 밀을 비롯한 곡물농사를 짓고, 직접 기른 곡물을 가공해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까지 두루 경험해왔습니다.
제주에서 밀을 알아갈수록 저는 재배만큼이나 수확 이후의 일이 궁금해졌습니다.
농부가 밀을 수확하고 나면 그 밀은 어디로 갈까.
어디에 보관하고, 어떻게 제분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가 사용하는 밀가루가 될까.
그리고 이 과정을 오랫동안 경험해온 농부는 어떤 어려움을 마주해왔을까.
그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 김제로 향했습니다.

농부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밀농사는 수확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구체적으로 와닿았습니다.
밀을 심고 기르고 수확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확을 마치면 건조와 정선, 보관을 거쳐 제분과 가공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과정이 시작됩니다.
농부님은 이 가운데 특히 보관의 어려움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밀은 수확한 뒤 일정 기간 보관하며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곡물입니다. 그러려면 원곡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물론 모든 농부가 수확한 밀을 직접 보관하고 제분·가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은 수확한 밀을 수매처에 넘기고 이후의 과정은 다른 곳에서 이어집니다.
하지만 지역 안에 안정적인 수매처나 보관·가공 시설이 충분하지 않거나, 소량의 밀을 품종별로 따로 유통하려고 하면 선택지가 크게 줄어듭니다.
적은 양의 밀을 따로 보관할 곳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고,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만큼만 제분하거나 가공하는 데에도 제약이 생깁니다. 물량이 작아질수록 운송과 보관, 가공에 드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밀을 더 많이 심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수확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확한 밀을 받아주고 보관하고 필요한 형태로 가공해 실제로 사용할 사람에게 연결해주는 과정도 함께 있어야 합니다.
밀농사는 특별히 쉬운 농사도 아닙니다.
농가의 규모도 다르고, 농사를 짓는 방식도 다르고, 밀을 계속 재배하는 이유도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 선택을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밀을 재배하는 농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밀농사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우리 땅에서 밀이 계속 자랐으면 하는 마음, 다음 농사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그 마음이 있다고 해서 밀농사가 저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계속 밀을 재배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밀을 받아주고 다음 단계로 연결해주는 조건도 함께 있어야 합니다.
제주에서 밀을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 저는 자주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주에서 밀을 더 많이 심을 수 있을까.’
그런데 김제를 다녀온 뒤에는 그 질문 옆에 하나를 더 놓게 되었습니다.
‘제주의 밀을 어떻게 끝까지 잘 연결할 수 있을까.’
농부가 수확한 밀이 잘 보관되고, 필요한 때에 밀가루가 되고, 제빵사와 요리사가 실제로 사용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을 누군가 먹고 다시 찾는 것.
어쩌면 지역밀을 이어간다는 것은 어느 한 과정만 잘해내는 것이 아니라,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흐름을 연결하는 일에 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흐름이 이어져야 밀을 심는 사람의 마음에만 기대지 않고, 농부가 다음 해에도 다시 밀을 심을 수 있는 조건도 만들어질 수 있을 테고요.
앞으로도 농부와 작업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직접 밀을 사용하면서 아직 모르는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보려고 합니다.
유지혜 농부님,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을 기꺼이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